
[山川與予神遇]
寄苦瓜和尚石濤
山川與我會心源(산천여아회심원)
神遇無言契自然(신우무언계자연)
搜盡奇峰藏胸次(수진기봉장흉차)
未形萬象結心田(미형만상결심전)
心物造形先有象(심물조형선유상)
胸中成竹待毫端(흉중성죽대호단)
物波潛運通靈府(물파잠운통령부)
意氣交融起化權(의기교융기화권)
一畫落時開造化(일화락시개조화)
千痕動處見眞詮(천흔동처견진전)
造形心物成藝術(조형심물성예술)
跡化流行氣韻傳(적화류행기운전)
非獨丹靑留物象(비독단청류물상)
亦將生命印雲煙(역장생명인운연)
大滌洗盡塵中眼(대척세진진중안)
心物合一寫乾坤(심물합일사건곤)
ㅡ2026.8.6. 羅石 作
[산천과 내가 정신으로 만나다]
― 고과화상 석도에게
산천과 나는
한마음의 근원에서 만나고,
말 없는 정신의 감응으로
대자연의 깊은 이치와 하나가 된다.
기이한 봉우리들을 두루 찾아
가슴속 깊이 간직하니,
아직 형상을 얻지 않은 만상이
마음의 밭에서 조형되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심물조형이다.
작품이 되기 이전,
대나무가 이미 가슴속에 이루어진
흉중성죽의 무형한 창작세계이다.
물파는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
은밀하게 흐르고 움직이며,
작가의 뜻과 산천의 기운이 하나 되어
새로운 조화의 힘을 일으킨다.
마침내 한 획이 화면에 떨어지는 순간
가슴속 조형은 밖으로 열리고,
수많은 붓 자취가 살아 움직이는 곳에서
산천의 참뜻이 비로소 드러난다.
그때 형상으로 이루어진 심물,
곧 조형심물이 예술작품으로 탄생한다.
이것이 석도가 말한 적화(跡化)이며,
변화하는 기운과 생명의 자취이다.
적화는 단지 화면에 남은
먹과 색의 물질적 흔적이 아니다.
그 속에는 산천의 생명과 작가의 정신이
구름과 안개처럼 함께 새겨져 있다.
마음의 티끌을 모두 씻어 낸
대척의 맑은 눈으로 바라볼 때,
마음과 사물은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온 천지의 생명을 새롭게 그려 낸다.
註 :
석도(石濤)의 『고과화상화어록(苦瓜和尚畫語錄)』의 산천장(山川章)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山川與予神遇而跡化也"
산천과 나는 정신으로 만나고, 그 만남은 자취로 변화한다.
이 구절에서 "신우(神遇)"는 산천을 외부의 대상으로 관찰하는 단계가 아니다. 작가의 마음과 산천의 생명이 깊이 감응하여 주객의 구별이 사라지는 정신적 만남이다. 석도의 신우는 장자의 “정신으로 만나고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경지와 통하며, 라석의 심물철학과 물파미학에서는 "심물합일(心物合一)"과 "심물상감(心物相感)"의 예술적 순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우가 곧바로 유형의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산천과의 감응은 먼저 작가의 내면에서 무형의 형상으로 응결된다. 석도의 "수진기봉타초고(搜盡奇峰打草稿)"와 문동(文同)의 "흉중성죽(胸中成竹)"은 모두 이 내적 창작 단계를 가리킨다.
라석 물파미학의 용어로 말하면 이것이 바로 다음의 심물조형이다.
心物相感 → 神遇 → 心物造形
1. 심물조형(心物造形)
심물조형은 마음과 사물의 감응이 작가의 내면에서 아직 물질화되지 않은 형상으로 조직되는 과정이다.
여기서 조형은 손으로 만드는 외형이 아니라, 먼저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무형의 조형이다. 산천의 형세, 기운, 빛, 소리, 기억과 정서가 작가의 심중에서 서로 감응하고 재구성되어 하나의 내적 파동의 예술세계가 된다.
따라서 심물조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심물조형은 심물이 작가의 마음속에서 무형의 예술형상으로 생성되는 내적 기운의 조형이다.
이는 아직 종이나 비단, 먹과 색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미 작품의 생명과 구조가 마음속에 갖추어진 무형심물의 단계이다. 물파주의 예술론 자료에서도 심물론은 예술 창작의 과정 및 조형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제시된다.
2. 조형심물(造形心物)
심물조형이 붓과 먹, 색채와 재료, 선과 공간을 통하여 밖으로 드러나면 비로소 조형심물이 된다.
心物造形 → 揮毫落墨 → 造形心物
조형심물은 조형된 유형의 심물, 곧 심물합일의 내적 세계가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형식을 얻은 예술작품이다. 그림은 단순한 물건도 아니고, 작가의 주관적 감정만도 아니다. 작가의 마음과 산천의 생명이 하나의 형상 속에서 다시 태어난 유형의 심물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조형심물은 무형의 심물조형이 물질적 형식을 얻어 작품으로 성립한 유형의 예술적 심물이다.
물파미학에서 작품은 고정된 물체에 그치지 않는다. 작품은 작가의 마음, 자연의 기운, 재료의 물성, 감상자의 정신이 계속 만나고 울리는 살아 있는 감응체이다.
3. 적화(跡化)
석도의 적화는 단순히 ‘붓 자취가 생겼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적(跡)은 붓과 먹이 화면에 남긴 가시적 자취이고, 화(化)는 산천의 기운과 작가의 정신이 조형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기운의 작용이다.
따라서 적화에는 두 의미가 함께 들어 있다.
첫째, 적화는 심물조형이 조형심물로 작품화된 결과이다.
둘째, 적화는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변화와 심물화된 기운생동의 자취이다.
이를 하나의 명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跡化者,心物造形之成於造形心物,亦氣韻流行變化之跡也。
적화란 심물조형이 조형심물로 이루어진 것이며, 또한 기운이 흐르고 변화하는 자취이다.
작품은 이미 완성된 고정물이면서도,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은 변화의 장이다. 붓의 흔적 속에서 산천의 기운이 움직이고, 감상자의 마음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의미와 생명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적화는 과거에 남겨진 정지된 흔적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 생성되는 활화(活化)의 자취라 할 수 있다.
4. 석도의 산수미학과 라석 물파미학의 연결
석도의 미학적 창작 과정은 라석의 물파미학적 언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搜盡奇峰
산천을 두루 체험한다.
山川神遇
마음과 산천이 정신으로 감응한다.
心物相感
심과 물의 파동이 서로 만난다.
心物造形
감응한 심물이 작가의 마음속에서 무형의 형상을 이룬다.
一畫揮毫
한 획을 통하여 내적 형상이 밖으로 드러난다.
造形心物
무형의 심물조형이 유형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跡化氣韻
작품은 기운생동과 변화의 자취가 된다.
心物合一, 즉
작가·산천·작품·감상자가 하나의 심물적 생명장으로 새롭게 열린다.
이를 가장 간결하게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神遇而心物造形,跡化而造形心物。
신우하여 심물조형을 이루고, 적화하여 조형심물이 된다.
그리고 이 전체 과정은 물파미학에서 단절된 직선적 제작과정이 아니라,
산천의 물파 → 작가의 감응 → 무형의 심물조형 → 유형의 조형심물 → 감상자의 공명 → 새로운 심물파동
이렇게 순환하는 생명적 창조과정이다. 따라서 예술은 사물을 복제하는 재현이 아니라, 심과 물이 서로 감응하고 변화하면서 새로운 생명형상을 탄생시키는 심물합일의 미학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ㅡ 2026. 8.6. 於弗寒山房
羅石孫炳哲 詩人哲學博士
[山川與予神遇]
寄苦瓜和尚石濤
山川與我會心源(산천여아회심원)
神遇無言契自然(신우무언계자연)
搜盡奇峰藏胸次(수진기봉장흉차)
未形萬象結心田(미형만상결심전)
心物造形先有象(심물조형선유상)
胸中成竹待毫端(흉중성죽대호단)
物波潛運通靈府(물파잠운통령부)
意氣交融起化權(의기교융기화권)
一畫落時開造化(일화락시개조화)
千痕動處見眞詮(천흔동처견진전)
造形心物成藝術(조형심물성예술)
跡化流行氣韻傳(적화류행기운전)
非獨丹靑留物象(비독단청류물상)
亦將生命印雲煙(역장생명인운연)
大滌洗盡塵中眼(대척세진진중안)
心物合一寫乾坤(심물합일사건곤)
ㅡ2026.8.6. 羅石 作
[산천과 내가 정신으로 만나다]
― 고과화상 석도에게
산천과 나는
한마음의 근원에서 만나고,
말 없는 정신의 감응으로
대자연의 깊은 이치와 하나가 된다.
기이한 봉우리들을 두루 찾아
가슴속 깊이 간직하니,
아직 형상을 얻지 않은 만상이
마음의 밭에서 조형되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심물조형이다.
작품이 되기 이전,
대나무가 이미 가슴속에 이루어진
흉중성죽의 무형한 창작세계이다.
물파는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
은밀하게 흐르고 움직이며,
작가의 뜻과 산천의 기운이 하나 되어
새로운 조화의 힘을 일으킨다.
마침내 한 획이 화면에 떨어지는 순간
가슴속 조형은 밖으로 열리고,
수많은 붓 자취가 살아 움직이는 곳에서
산천의 참뜻이 비로소 드러난다.
그때 형상으로 이루어진 심물,
곧 조형심물이 예술작품으로 탄생한다.
이것이 석도가 말한 적화(跡化)이며,
변화하는 기운과 생명의 자취이다.
적화는 단지 화면에 남은
먹과 색의 물질적 흔적이 아니다.
그 속에는 산천의 생명과 작가의 정신이
구름과 안개처럼 함께 새겨져 있다.
마음의 티끌을 모두 씻어 낸
대척의 맑은 눈으로 바라볼 때,
마음과 사물은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온 천지의 생명을 새롭게 그려 낸다.
註 :
석도(石濤)의 『고과화상화어록(苦瓜和尚畫語錄)』의 산천장(山川章)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山川與予神遇而跡化也"
산천과 나는 정신으로 만나고, 그 만남은 자취로 변화한다.
이 구절에서 "신우(神遇)"는 산천을 외부의 대상으로 관찰하는 단계가 아니다. 작가의 마음과 산천의 생명이 깊이 감응하여 주객의 구별이 사라지는 정신적 만남이다. 석도의 신우는 장자의 “정신으로 만나고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경지와 통하며, 라석의 심물철학과 물파미학에서는 "심물합일(心物合一)"과 "심물상감(心物相感)"의 예술적 순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우가 곧바로 유형의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산천과의 감응은 먼저 작가의 내면에서 무형의 형상으로 응결된다. 석도의 "수진기봉타초고(搜盡奇峰打草稿)"와 문동(文同)의 "흉중성죽(胸中成竹)"은 모두 이 내적 창작 단계를 가리킨다.
라석 물파미학의 용어로 말하면 이것이 바로 다음의 심물조형이다.
心物相感 → 神遇 → 心物造形
1. 심물조형(心物造形)
심물조형은 마음과 사물의 감응이 작가의 내면에서 아직 물질화되지 않은 형상으로 조직되는 과정이다.
여기서 조형은 손으로 만드는 외형이 아니라, 먼저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무형의 조형이다. 산천의 형세, 기운, 빛, 소리, 기억과 정서가 작가의 심중에서 서로 감응하고 재구성되어 하나의 내적 파동의 예술세계가 된다.
따라서 심물조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심물조형은 심물이 작가의 마음속에서 무형의 예술형상으로 생성되는 내적 기운의 조형이다.
이는 아직 종이나 비단, 먹과 색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미 작품의 생명과 구조가 마음속에 갖추어진 무형심물의 단계이다. 물파주의 예술론 자료에서도 심물론은 예술 창작의 과정 및 조형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제시된다.
2. 조형심물(造形心物)
심물조형이 붓과 먹, 색채와 재료, 선과 공간을 통하여 밖으로 드러나면 비로소 조형심물이 된다.
心物造形 → 揮毫落墨 → 造形心物
조형심물은 조형된 유형의 심물, 곧 심물합일의 내적 세계가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형식을 얻은 예술작품이다. 그림은 단순한 물건도 아니고, 작가의 주관적 감정만도 아니다. 작가의 마음과 산천의 생명이 하나의 형상 속에서 다시 태어난 유형의 심물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조형심물은 무형의 심물조형이 물질적 형식을 얻어 작품으로 성립한 유형의 예술적 심물이다.
물파미학에서 작품은 고정된 물체에 그치지 않는다. 작품은 작가의 마음, 자연의 기운, 재료의 물성, 감상자의 정신이 계속 만나고 울리는 살아 있는 감응체이다.
3. 적화(跡化)
석도의 적화는 단순히 ‘붓 자취가 생겼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적(跡)은 붓과 먹이 화면에 남긴 가시적 자취이고, 화(化)는 산천의 기운과 작가의 정신이 조형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기운의 작용이다.
따라서 적화에는 두 의미가 함께 들어 있다.
첫째, 적화는 심물조형이 조형심물로 작품화된 결과이다.
둘째, 적화는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변화와 심물화된 기운생동의 자취이다.
이를 하나의 명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跡化者,心物造形之成於造形心物,亦氣韻流行變化之跡也。
적화란 심물조형이 조형심물로 이루어진 것이며, 또한 기운이 흐르고 변화하는 자취이다.
작품은 이미 완성된 고정물이면서도,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은 변화의 장이다. 붓의 흔적 속에서 산천의 기운이 움직이고, 감상자의 마음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의미와 생명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적화는 과거에 남겨진 정지된 흔적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 생성되는 활화(活化)의 자취라 할 수 있다.
4. 석도의 산수미학과 라석 물파미학의 연결
석도의 미학적 창작 과정은 라석의 물파미학적 언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搜盡奇峰
산천을 두루 체험한다.
山川神遇
마음과 산천이 정신으로 감응한다.
心物相感
심과 물의 파동이 서로 만난다.
心物造形
감응한 심물이 작가의 마음속에서 무형의 형상을 이룬다.
一畫揮毫
한 획을 통하여 내적 형상이 밖으로 드러난다.
造形心物
무형의 심물조형이 유형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跡化氣韻
작품은 기운생동과 변화의 자취가 된다.
心物合一, 즉
작가·산천·작품·감상자가 하나의 심물적 생명장으로 새롭게 열린다.
이를 가장 간결하게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神遇而心物造形,跡化而造形心物。
신우하여 심물조형을 이루고, 적화하여 조형심물이 된다.
그리고 이 전체 과정은 물파미학에서 단절된 직선적 제작과정이 아니라,
산천의 물파 → 작가의 감응 → 무형의 심물조형 → 유형의 조형심물 → 감상자의 공명 → 새로운 심물파동
이렇게 순환하는 생명적 창조과정이다. 따라서 예술은 사물을 복제하는 재현이 아니라, 심과 물이 서로 감응하고 변화하면서 새로운 생명형상을 탄생시키는 심물합일의 미학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ㅡ 2026. 8.6. 於弗寒山房
羅石孫炳哲 詩人哲學博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