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MS도 없는 러시아, 디지털 철의 장막이 닫히다

알렉세이 정
2026-09-01

이제 러시아에서 구글은 아예 쓸 수 없는 인터넷이 되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즘 같은 IT 세상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전 세계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쓰고 있고 러시아도 그렇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국제 학술회의와 국제 학술 논문에서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사용해왔던 러시아 학자들과 학생들이 러시아를 벗어나게 되면 상호 호환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되면 학계, 기업, 외교 등 러시아와 완전히 단절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정부 뿐 아니라 민간 교류도 서방이 러시아와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참고로 한국학계 북방사학, 유라시아사학, 고고학 등은 러시아와 학술 교류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러시아와 단절하게 되면 과연 한국의 북방사학, 유라시아사학, 고고학 등의 학계가 러시아 없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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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의 파크슈타트 슈바빙(Parkstadt Schwabing)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독일 본사(Microsoft Deutschland GmbH) 건물, 출처 : Corian® Solid Surfaces


정석배, 강인욱 교수를 위시하여 수많은 역사고고학자들이 러시아 학계와 교류하면서 연구업적들을 쌓아왔는데 러시아 학계와 교류에 있어 문서상에서부터 상호 호환이 안 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러시아판 '구글'으로 불리는 얀덱스(yandex.ru)가 구글의 검색과 일부 비즈니스 기능을 대체하고, MS 컴퓨터 운영 체계에 오픈 소스인 '리눅스'(Linux)가 여기에 도전하고 있지만 구글과 MS가 떠나게 된다면 거의 대부분 구글과 MS에 의존해 오던 나부터가 깝깝해지기 시작한다. 코메르산트의 기사에 의하면 구글과 MS는 러시아 기업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한다. 구글은 8월 10일 밤부터 러시아 기업에 제공하던 'Google Workspace' (기업용 메일, 구글 문서 작성, 구글 드라이브 등) 서비스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일부 기업들은 그 동안 사용해 오던 기업용 메일이나 전자 문서, 저장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 등이 막히게 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이같은 치사한 짓거리를 한 것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러시아는 서방 및 미국과 단교하고 냉전 시대처럼 모든 물자를 차단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구글은 작년 2022년 5월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 법인 'Google LLC'를 청산했다. 구글 러시아가 없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그리고 미국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직원을 해외로 데려갈 것이라고 밝혔고, 6월 파산 신청을 했다.  그나마 구글이 러시아에 남아 있었던 것은 창업주인 세르게이 브린(Серге́й Брин) 때문인데 그가 러시아 모스크바 출신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록 그가 6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지만 나름그의 고국인 러시아에 상당한 애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브린의 모국임에도 불구하고 토종 포털인 얀덱스가 강세고 구글이 시원찮은 편인 것은 맞다. 물론 구글과 얀덱스 간의 관계가 없는것은 아니었다.  2003년에 얀덱스가 구글에게 인수해달라고 협상한적이 있었는데, 구글 본사 측에서는 인수 협상 비용이 너무 높다면서 인수 협상이 결렬되었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가까운 사이였다. 이는 러시아 내에서 얀덱스가 잘 나가기 시작하면서 러시아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신경쓰기는 했지만, 정작 구글의 검색 엔진이 러시아어 결과가 얀덱스보다 못했기 때문에 얀덱스를 밀어내지 못하고 2위 포털의 자리를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구글의 조직개편 이후 현재, 브린은 알파벳의 CEO로 넘어가 있고 구글의 전체 조직은 에릭 슈미트가 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처럼 구글의 러시아 철수는 전적으로 에릭 슈미트의 결정이 좌우된 것으로 보면 된다. 구글 서비스가 차단된 기업은 미국과 EU의 제재 대상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Google Workspace를 이용하는 기업은 거의 중소기업으로 러시아의 대기업들은 사이버 보안 규칙에 따라 미국 제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즉, 대기업 서버가 러시아내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타격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글은 얀덱스로 대처하면 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PC 운영 체계(OS)를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이다. MS는 러시아 기업 고객들에게 오는 9월 30일 이후 소프트웨어 자격 갱신을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문제는 구독 중단이 아니라 MS가 러시아 시장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중단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MS가 러시아 시장의 철수에 상당히 시간을 끌면서 러시아 고객들이 대안을 마련해 나가는 시간을 벌어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이에 러시아 내 일부 회사들은 러시아의 새로운 시스템인 리녹스(Linux)로 갈아탔으며 또 다른 일부 회사들은 MS 체계 속에서 대안을 마련해왔다. 물론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했는지에 대해서는 각 회사의 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MS가 러시아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단하니 러시아 기업들은 'Azure 클라우드 서비스'로 갈아타면서 빠르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또한 MS가 미국과 EU의 대러 제재 조치에 맞춰 작년 3월부터 기존 제품을 물론,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의 러시아 출시를 중단하게 되자 러시아는 소위 '병행수입'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러시아의 시장에서 MS 제품 의존도는 분야에 따라서 90%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매우 높은 현실이다. 이는 모스크바 대학도 마찬가지고 내가 속해 있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도 대부분 MS 제품을 쓰고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정부의 '수입 대체' 정책에 의해 러시아 소프트웨어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MS 서비스가 중단되면 러시아 기업 고객의 상당수는 MS 솔루션을 포기하고 IT 환경을 재구축 해야 한다. Linux 및 응용 프로그램으로 갈아 타야 하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IT 환경을 바꾸는데 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그렇고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면서 이를 위한 IT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시스템 및 비즈니스 응용 프로그램을 교체함과 동시에 운영자와 '보안 요원', 소속 직원들에게 새로운 운용및 사용법을 교육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일부 대기업은 이번 기회에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Linux 솔루션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도 상존한다. 지금과 같은 전시 체제에서 다른 솔루션과의 호환성을 확인해야 하는 '리눅스' 환경 구축이 쉽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은 발등에 불 떨어진 상당수 기업들이 부랴부랴 변화를 모색하고 새로운 시스템 적응에 나서고 있다. 그것은 모스크바 대학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등 학계도 마찬가지고 나도 그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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