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박사의 「생명의 규범성에 관한 존재론」
김용범 박사의 「생명의 규범성에 관한 존재론」은 데이비드 흄의 “사실로부터 당위를 도출할 수 없다”는 명제에 대한 존재론적 반론을 제시하며, 윤리의 기원을 인간 이성이나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존재 자체의 자기유지 질서에서 찾고자 하는 논문이다. 저자는 흄·칸트·무어로 이어지는 사실과 당위의 분리 전통이, 새로운 사실이 새로운 윤리적 당위를 형성하는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AI 상상 이미지와 김용범 박사
이에 따라 논문은 존재를 생성과 유지를 위한 ‘내재적 규칙’을 포함한 과정 구조로 이해하며, 이를 ‘존재론적 구성성’과 ‘존재론적 규범성’의 이중 구조로 설명한다. 존재는 물리적 구성뿐 아니라, 자기유지를 위한 질서를 필요로 하며, 저자는 이러한 구조 속에 이미 “그래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규범성이 내재한다고 보고 이를 ‘존재론적 당위의 맹아’라 부른다.
이 규범성은 생명현상에서 ‘생명의 규범성’으로 구체화된다. 세포 항상성, 적응, 협동, 생식과 같은 생명 과정은 자기지속을 위한 내재적 질서의 표현이며, 윤리 역시 이러한 생명의 자기유지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다만 존재론적 당위의 맹아가 곧바로 인간 윤리가 되는 것은 아니며, 윤리적 당위는 외부 존재의 규범성과 인간 생명의 규범성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이때 감정은 즉각적 판단과 행동을 유도하는 생물학적 실행 도구로, 이성은 이를 조정하고 갱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이 논문은 ‘왜 그것이 옳은가’를 묻는 서양 메타윤리의 문제의식을 동양철학과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용범 박사는 존재를 구성성과 규범성의 ‘이중 조건’으로 파악하는 자신의 관점이 동양철학의 이기론(理氣論)과 접점을 형성한다고 본다. 존재의 구성성은 ‘기(氣)’로, 규범성은 ‘리(理)’로 해석될 수 있으며, 두 요소가 상호 내재적으로 존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형이상학적 통찰을 공유한다. 물론 이러한 비교가 두 사유체계의 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존재가 물질적 구성만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시키는 질서와 함께 성립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비교철학적 대화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존재론적·생명 중심 윤리 연구 확산
철학계에서는 윤리의 기원을 인간 이성이나 사회적 합의에만 두지 않고, 생명과 존재의 구조 자체에서 찾으려는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흄의 사실–당위 구분과 무어의 자연주의 비판, 그리고 칸트 이후 전개된 의무론적 윤리 전통은 윤리의 근거를 존재 사실 자체와는 구별되는 영역에서 찾으려 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 생명공학, 인공지능과 같은 문제가 심화되면서, 기존 인간 중심 윤리학(칸트·흄·무어)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인간 생존과 자연 생태계 유지 질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물권, 생태윤리, 포스트휴먼 담론 등이 확산되었고, “인간 외 존재에도 규범성과 가치가 존재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묻게 되었다.
또한 최근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의 발전 역시 윤리 연구의 방향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윤리학이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만 보았다면, 현대 연구는 실제 윤리 판단에서 감정과 직관, 뇌의 자동 반응이 핵심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중과정이론(System 1·System 2), 뇌영상(fMRI) 연구, 공감과 도덕감 연구 등은 윤리가 순수한 이성의 산물로만 볼 수는 없고, 생명과 인지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복합적 현상임을 전한다. 이는 윤리의 근거를 생명과 존재 속에서 재탐색하려는 존재론적·자연주의적 윤리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만들었다.
김용범 논문의 차별성
김용범 박사의 「생명의 규범성에 관한 존재론」 논문은, 위에서 언급한 최근 진화윤리나 신경윤리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윤리의 기원을 ‘존재론적 규범성’과 ‘당위의 맹아’라는 개념으로 존재 자체의 자기유지 구조를 통해 설명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첫째, 이 논문은 흄의 ‘사실–당위 문제’를 우회하지 않고 존재론을 정면으로 다루며, “사실 속에는 이미 당위의 맹아가 있다”는 강한 명제로 흄에게 정면돌파하고 있다. 이는 윤리를 인간 인식이나 언어 규범의 문제로 보았던 과거와는 달리, 존재 구조 자체와 연결시키려는 대담한 시도이다.
둘째, 아리스토텔레스가 존재를 질료와 형상으로 결합했듯, 존재를 구조와 질서의 결합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김용범 박사의 특징은 존재를 ‘존재론적 구성성’과 ‘존재론적 규범성’의 이중 조건으로 파악하고, 이러한 구조 속에서 윤리 발생의 존재론적 근거를 설명하려 한다는 점에 있다. 논문은 존재가 물질적 구성만으로는 성립할 수 없으며, 자기유지를 위한 내재적 질서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물, 책, 책상, 돌과 같은 비생명적 존재에까지 규범성 개념을 확장함으로써, 윤리의 근거를 생명체에만 국한하지 않고 모든 존재로 넓히고 있다.
셋째, 논문이 제시하는 ‘존재론적 당위의 맹아’라는 개념은 기존 연구와 구별되는 독창적인 용어로 보인다. 많은 자연주의 윤리가 사실과 윤리 사이의 연결을 진화나 도덕감으로 설명하지만, 저자는 존재 자체에 이미 자기유지의 규범성이 있으며, 이것이 생명과 인간 윤리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가 된다고 본다. 즉, 존재→규범성→당위의 맹아→생명의 규범성→윤리라는 단계적 구조를 설정하고, 사실과 윤리 사이의 연결 메커니즘을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넷째, 감정과 신경과학을 존재론과 직접 연결시키는 방식 역시 이 논문의 특징이다. 김용범 박사는 감정을 존재론적 규범성이 인간 윤리로 전환되는 ‘실행 도구’로 해석한다. 감정은 외부 존재의 규범성과 인간 생명의 규범성이 상호작용할 때 이를 즉각적 행동으로 구현하게 하는 생물학적 매개 장치라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이 논문은 “모든 사실은 그 자체로 당위를 내포한다”는 명제를 통해, 윤리를 외부 명령이나 사회계약이 아닌 존재의 내재적 자기유지 질서에서 이해하는 ‘존재론적 윤리학’의 가능성을 넓혀준다. 또한, 생명의 물리적 구조와 인지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복합현상으로 바라보면서 윤리의 보편화를 찾으려 했던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용범 박사의 "생명의 규범성에 관한 존재론" - KCI
김용범 박사의 「생명의 규범성에 관한 존재론」
김용범 박사의 「생명의 규범성에 관한 존재론」은 데이비드 흄의 “사실로부터 당위를 도출할 수 없다”는 명제에 대한 존재론적 반론을 제시하며, 윤리의 기원을 인간 이성이나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존재 자체의 자기유지 질서에서 찾고자 하는 논문이다. 저자는 흄·칸트·무어로 이어지는 사실과 당위의 분리 전통이, 새로운 사실이 새로운 윤리적 당위를 형성하는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이에 따라 논문은 존재를 생성과 유지를 위한 ‘내재적 규칙’을 포함한 과정 구조로 이해하며, 이를 ‘존재론적 구성성’과 ‘존재론적 규범성’의 이중 구조로 설명한다. 존재는 물리적 구성뿐 아니라, 자기유지를 위한 질서를 필요로 하며, 저자는 이러한 구조 속에 이미 “그래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규범성이 내재한다고 보고 이를 ‘존재론적 당위의 맹아’라 부른다.
이 규범성은 생명현상에서 ‘생명의 규범성’으로 구체화된다. 세포 항상성, 적응, 협동, 생식과 같은 생명 과정은 자기지속을 위한 내재적 질서의 표현이며, 윤리 역시 이러한 생명의 자기유지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다만 존재론적 당위의 맹아가 곧바로 인간 윤리가 되는 것은 아니며, 윤리적 당위는 외부 존재의 규범성과 인간 생명의 규범성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이때 감정은 즉각적 판단과 행동을 유도하는 생물학적 실행 도구로, 이성은 이를 조정하고 갱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이 논문은 ‘왜 그것이 옳은가’를 묻는 서양 메타윤리의 문제의식을 동양철학과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용범 박사는 존재를 구성성과 규범성의 ‘이중 조건’으로 파악하는 자신의 관점이 동양철학의 이기론(理氣論)과 접점을 형성한다고 본다. 존재의 구성성은 ‘기(氣)’로, 규범성은 ‘리(理)’로 해석될 수 있으며, 두 요소가 상호 내재적으로 존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형이상학적 통찰을 공유한다. 물론 이러한 비교가 두 사유체계의 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존재가 물질적 구성만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시키는 질서와 함께 성립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비교철학적 대화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존재론적·생명 중심 윤리 연구 확산
철학계에서는 윤리의 기원을 인간 이성이나 사회적 합의에만 두지 않고, 생명과 존재의 구조 자체에서 찾으려는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흄의 사실–당위 구분과 무어의 자연주의 비판, 그리고 칸트 이후 전개된 의무론적 윤리 전통은 윤리의 근거를 존재 사실 자체와는 구별되는 영역에서 찾으려 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 생명공학, 인공지능과 같은 문제가 심화되면서, 기존 인간 중심 윤리학(칸트·흄·무어)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인간 생존과 자연 생태계 유지 질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물권, 생태윤리, 포스트휴먼 담론 등이 확산되었고, “인간 외 존재에도 규범성과 가치가 존재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묻게 되었다.
또한 최근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의 발전 역시 윤리 연구의 방향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윤리학이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만 보았다면, 현대 연구는 실제 윤리 판단에서 감정과 직관, 뇌의 자동 반응이 핵심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중과정이론(System 1·System 2), 뇌영상(fMRI) 연구, 공감과 도덕감 연구 등은 윤리가 순수한 이성의 산물로만 볼 수는 없고, 생명과 인지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복합적 현상임을 전한다. 이는 윤리의 근거를 생명과 존재 속에서 재탐색하려는 존재론적·자연주의적 윤리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만들었다.
김용범 논문의 차별성
김용범 박사의 「생명의 규범성에 관한 존재론」 논문은, 위에서 언급한 최근 진화윤리나 신경윤리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윤리의 기원을 ‘존재론적 규범성’과 ‘당위의 맹아’라는 개념으로 존재 자체의 자기유지 구조를 통해 설명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첫째, 이 논문은 흄의 ‘사실–당위 문제’를 우회하지 않고 존재론을 정면으로 다루며, “사실 속에는 이미 당위의 맹아가 있다”는 강한 명제로 흄에게 정면돌파하고 있다. 이는 윤리를 인간 인식이나 언어 규범의 문제로 보았던 과거와는 달리, 존재 구조 자체와 연결시키려는 대담한 시도이다.
둘째, 아리스토텔레스가 존재를 질료와 형상으로 결합했듯, 존재를 구조와 질서의 결합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김용범 박사의 특징은 존재를 ‘존재론적 구성성’과 ‘존재론적 규범성’의 이중 조건으로 파악하고, 이러한 구조 속에서 윤리 발생의 존재론적 근거를 설명하려 한다는 점에 있다. 논문은 존재가 물질적 구성만으로는 성립할 수 없으며, 자기유지를 위한 내재적 질서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물, 책, 책상, 돌과 같은 비생명적 존재에까지 규범성 개념을 확장함으로써, 윤리의 근거를 생명체에만 국한하지 않고 모든 존재로 넓히고 있다.
셋째, 논문이 제시하는 ‘존재론적 당위의 맹아’라는 개념은 기존 연구와 구별되는 독창적인 용어로 보인다. 많은 자연주의 윤리가 사실과 윤리 사이의 연결을 진화나 도덕감으로 설명하지만, 저자는 존재 자체에 이미 자기유지의 규범성이 있으며, 이것이 생명과 인간 윤리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가 된다고 본다. 즉, 존재→규범성→당위의 맹아→생명의 규범성→윤리라는 단계적 구조를 설정하고, 사실과 윤리 사이의 연결 메커니즘을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넷째, 감정과 신경과학을 존재론과 직접 연결시키는 방식 역시 이 논문의 특징이다. 김용범 박사는 감정을 존재론적 규범성이 인간 윤리로 전환되는 ‘실행 도구’로 해석한다. 감정은 외부 존재의 규범성과 인간 생명의 규범성이 상호작용할 때 이를 즉각적 행동으로 구현하게 하는 생물학적 매개 장치라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이 논문은 “모든 사실은 그 자체로 당위를 내포한다”는 명제를 통해, 윤리를 외부 명령이나 사회계약이 아닌 존재의 내재적 자기유지 질서에서 이해하는 ‘존재론적 윤리학’의 가능성을 넓혀준다. 또한, 생명의 물리적 구조와 인지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복합현상으로 바라보면서 윤리의 보편화를 찾으려 했던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용범 박사의 "생명의 규범성에 관한 존재론" - K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