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사회, 자연으로 확장되는 생산성

최은경
2026-07-16

생산성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사회, 자연으로 확장되는 생산성 


일반적으로 생산성의 의미는 노동·자본·시간·기술 등 투입 한 단위당 얼마나 많은 산출이나 부가가치를 만들어 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같은 투입으로 더 많은 산출을 얻었을 때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생산성에 대한 경제학적 원형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학적 원형만으로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기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산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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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입과 산출의 관계로 보는 생산성

우선 산업 일선에서의 현실적 개념이라 볼 수 있는 남호일 박사(전 삼성 임원/경영학)의 생산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는 생산성을 '투입한 것에 비해 결과로 나온 것이 어떠한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했다. 생산성의 기본 구조는 투입과 산출의 관계로 나타낼 수 있다.


생산성 = 산출(output) ÷ 투입(input)


여기서 투입은 생산을 위해 사용한 노동시간, 인력, 비용, 기술 등 투여된 모든 요소들이 해당된다. 산출은 이러한 자원을 사용하여 얻은 결과이며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의 양, 매출, 이익, 품질, 고객만족도까지 모두 산출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두 기업이 각각 같은 인원과 비용, 시간을 투입했는데 한 기업은 50개를 만들고 다른 기업은 100개를 만들었다면, 두 번째 기업의 생산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최소 투입으로 최대 산출을 얻는 것이 생산성의 효율 극대화라고 말한다. 더 적은 자원을 들여 더 큰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투입과 산출의 비율을 개선한다는 의미이다.


여기까지는 생산성의 경제학적 원형에 일치하는 답변이다. 그러나 그는 최소 투입과 최대 산출이라는 것이 비용과 인력을 무조건 줄이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필요한 인력과 시간을 지나치게 줄이면 품질이 떨어지고 사고가 발생하며, 노동자의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향후 수정과 보상, 인력 이탈 등 더 큰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최소 투입의 의미는 ‘필요한 자원은 반드시 투여하되, 낭비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불필요한 업무,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 원료의 손실 등이 이에 해당되며, 꼭 필요한 곳에 자원을 정확하게 배분하는 것 역시 생산성 향상이다. 


남호일 박사는 이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해 사전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며 불편한 사항은 바로 시정하는 신속한 판단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발달하고 있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적절한 장비와 기술, 명확한 업무 절차, 원활한 의사소통과 합리적인 조직 구조가 갖추어지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은 투입된 시간과 능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환경과 방식을 개선하는 일이다.


분야에 따라 달라지는 생산성  

박정진 박사(문화인류학/철학)는 생산성은 적용되는 분야와 목적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했다. 경제에서 생산성이란, 같은 자원에 더 많은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내는 평가이겠지만, 정치와 행정의 생산성은 제한된 예산과 제도 안에서 국민의 안전과 복지, 자유와 권리, 그리고 삶의 질을 얼마나 개선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예산을 적게 쓴다는 것이 행정상 생산성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필요한 공공서비스가 사라지거나 시민의 자유, 권리, 삶의 질 등이 훼손되면, 외려 생산성이 저하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정치에서 역시 얼마나 많은 정책을 만들었는가보다, 그 정책이 실제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교육 생산성 역시 수업량이나 시험성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의 질문하는 힘, 판단하는 능력, 창의성, 협력과 책임 등을 얼마나 증진시켰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가늠이 된다. 문학이나 예술, 그리고 철학과 같은 학문적 이론의 생산성도 논문이나 작품의 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단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사회에 새로운 의미를 제공하고, 시대의 문제나 삶을 이해하는 관점을 함양했는지 여부가 생산성의 기준이 된다. 


다시 말해서 박정진 박사의 생산성 개념은 각 분야가 추구하는 고유한 가치를 얼마나 실현했는가의 문제이다. 


그는 특히 AI 시대의 생산성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오랜 시간 수행하던 계산, 검색, 번역, 문서 작성과 같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때문에 훨씬 많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 그러나 AI의 산출량이 곧 인간과 사회의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글과 이미지 혹은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된다면 이는 외려 생산성이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AI 시대에는 생산의 속도보다 방향을 정하는 인간의 사고능력이 중요해진다. 인간은 무엇에 초점을 두고 질문하여 그 산출물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AI가 만든 결과가 적절한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AI는 많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는 인간의 몫이다. 따라서 AI 시대의 생산성은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능력,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 결과를 비판하고 책임지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것이 AI 시대에 인간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지속가능성과 회복을 포함한 생산성

김용범 박사(생물학)는 일반적 의미의 생산성은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만드는 능력”이지만, 이러한 생산성만을 추구할 경우 자연과 사람이 다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용을 줄이고 생산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건강이나 사회적 관계, 자연자원 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확장된 생산성 개념'을 제안한다. 그는 생산성이라는 의미에 '존재 유지의 규범성'을 지키는 책임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용범 박사에 의하면, 무엇을 얼마나 만들었는가와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과 사회 그리고 생태계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까지 평가해야 한다. 높은 성과를 얻었더라도 인간을 소모시키고 자연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든다면, 장기적으로 생산 기반 자체를 파괴하는 일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존재 유지의 규범성’이다.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이 계속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있으며, 생산 활동은 그 조건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생산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 공동체의 신뢰, 생태계의 재생과 같은 존재 조건을 지키는 책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김용범 박사는 확장된 생산성에서 특히 ‘회복’을 강조한다. 오염된 강과 토양을 복원하고, 훼손된 숲을 되살리는 일은 생태적 생산이다. 낡은 물건을 수리하고 재사용하여 폐기물을 줄이는 일 역시 새로운 생산의 방식이다. 따라서 회복은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가치이다. 파괴한 뒤 복구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덜 훼손하는 방식이 더 높은 생산성일 수 있다. 


즉, 김 박사의 생산성은 책임과 지속가능성으로 확장하여, 인간과 자연의 존재 조건을 지키면서 더 큰 가치를 만들고, 훼손된 존재를 회복시키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생산성,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생산성에 대한 견해들은 생산성이라는 동일한 개념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설명하고 있다. 생산성은 우선 투입과 산출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어떠한 결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동, 자본과 기술을 투입했는가를 비교하는 것이 생산성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산출은 생산량이나 경제적 이익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보다 긴 안목에서 효율성을 포함한다.


산출은 각 분야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에서는 재화와 서비스가 산출 되지만, 정치에서는 국민 삶의 질과 사회문제 해결이, 교육에서는 인간의 내적 성장과 사고능력이, 문화와 철학에서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 창조가 산출 된다. 이렇듯 생산성은 량보다 질적 가치를 중요하게 본다. 


현대 사회에서는 또 하나의 기준인 지속가능성이 요구된다. 생산활동 가운데 인간과 사회, 자연의 존재 기반을 훼손한다면 장기적으로 생산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생산성은 생산 과정과 그 결과가 인간과 사회,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AI 시대의 경우, AI가 만들어 내는 산출량이 곧 생산성은 아니다. AI로부터 어떻게 질문하여 결과를 산출할 것인가, 그 AI의 산출결과에서 오는 오류를 어떻게 수정하고 방향을 재정립할 것인가, 속도 빠른 산출물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을 판단하는 인간의 능력이 생산성의 핵심 요소가 된다. 이는  AI 시대에 돌입하여 생산성의 중심이 속도에서 방향으로, 양에서 가치로 이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과 사회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생산성이란 한정된 자원을 투입하여 각 분야가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가치를 산출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사회, 자연의 존재 기반을 보존/회복시키며, 미래까지 이어지는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생산성은 인간의 가치와 책임을 포함하며, 이는 바로 인류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다. 앞으로의 생산성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만들었고, 그것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한 평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은경 AI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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