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투자|부동산손주 돌보러 집 비웠는데 ‘비거주 1주택’…실거주 중심 세제, 사각지대 논란

최은경
2026-08-10


정부, 종부세 기본공제 ‘거주 14억·비거주 9억’ 차등 추진

손주 양육은 명시적 예외 없어…입법예고 닷새 만에 2,500건 넘는 의견


정부가 1세대 1주택자라도 자신의 집에 실제로 거주하는지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혜택을 달리하는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4일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현재 12억 원인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실거주자는 14억 원으로 높이고, 비거주자는 9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을 실제 생활공간으로 사용하는 실거주자를 세제상 우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직장이나 질병뿐 아니라 가족 돌봄 등 생활상의 이유로 자기 집을 비운 1주택자까지 ‘비거주자’로 분류돼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맞벌이 자녀의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녀 집 근처로 이사한 은퇴자처럼 주택 투자와 관계없이 자기 집을 떠나 생활하는 경우도 비거주 1주택자가 될 수 있어, 실거주 중심 세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SBS 보도 당시 입법예고 닷새 만에 관련 의견은 2,500건을 넘어섰다.


이번 개정안은 8월 20일까지 입법의견을 받은 뒤 정부 절차와 국회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손주 돌보러 이사했는데 ‘비거주 1주택자’

이번 개정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측은 다음과 같은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집을 한 채만 보유한 은퇴자가 맞벌이 자녀의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녀 집 근처로 이사했다고 가정해 보자. 자신이 살던 집은 세를 놓았다. 새 집을 추가로 산 것도 아니고 주택 투자에 나선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서 실제로 살지 않기 때문에 개정안의 기준으로는 ‘비거주 1주택자’에 해당할 수 있다.


SBS가 취재한 실제 사례도 이와 유사하다. 한 은퇴자는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녀 가까이 이사해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 개정안이 시행되면 실거주 1주택자보다 종부세상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입법의견에서는 손주 양육 등 가족 돌봄을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무엇이 달라지나…거주자는 14억, 비거주자는 9억 공제

새로운 종부세 개편안의 핵심은 ‘종부세 과세 대상인지 판단하는 기준’과 ‘실제 세금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공제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종부세 과세 대상 여부는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택의 공시가격이 14억 원을 초과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공시가격이 14억 원 이하인 1세대 1주택자는 실제로 그 집에 거주하든, 손주를 돌보거나 다른 사정으로 장기간 집을 비우든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거주자에게 적용되는 9억 원이라는 금액은 종부세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이미 과세 대상이 된 경우 세금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기본공제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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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13억 원인 주택을 한 채 보유하고 있다면, 공시가격이 과세 기준인 14억 원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집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 공시가격 9억 원부터 종부세를 내야 한다”는 식의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비거주자의 9억 원 공제는 공시가격이 14억 원을 넘어 이미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반면 공시가격이 18억 원인 주택이라면 14억 원을 초과하므로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다. 이때부터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금 계산에 차이가 생긴다. 실거주 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 18억 원에서 14억 원을 공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하지만, 비거주자는 9억 원만 공제받게 된다. 실거주자의 경우 공제 후 금액이 4억 원인 반면, 비거주자는 9억 원이 되어 세금을 매기는 기초 금액이 크게 증가한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 등을 적용해 실제 종부세가 산출되기 때문에 고가주택 보유자가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세 부담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이번 제도의 구조는 공시가격 14억 원까지는 실거주 여부를 따지지 않고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되, 14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실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공제액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공시가격 14억 원 이하의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사람이 손주를 돌보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장기간 집을 비운다고 해서 곧바로 종부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시가격이 14억 원을 넘는 주택이라면 비거주 시 기본공제가 14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줄어들어 실거주자보다 종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부득이한 비거주기간' 인정 범위의 문제

정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기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기는 했다. 일정 기간 거주하다가 취학 및 직장 변경이나 전근, 질병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체류, 부모 봉양 등의 사유로 주거를 이전한 경우에는 최대 3년의 비거주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할 방침이다.


‘부득이한 비거주기간’ 인정은 종부세 거주기간 세액공제를 계산할 때 적용되는 규정이다. 비거주자의 기본공제 9억 원을 실거주자의 14억 원으로 바꾸어주는 규정과는 별개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에 ‘부모 봉양’은 포함돼 있지만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기 위해 주거지를 옮기는 경우나 병든 부모 간병의 경우는 명시적으로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녀 집 근처로 이사하거나 아예 함께 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부모 간병이나 가족의 질병, 자녀 교육, 부부의 서로 다른 근무지역 때문에 자신의 집을 장기간 비우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투자자도 아니고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자기 집을 비운 것도 아닐 수 있다. 세법이 실제 거주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투자를 목적으로 집을 보유하면서 다른 곳에 사는 사람과 같은 ‘비거주 1주택자’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일종의 제의 사각지역에 해당된다. 


반면, 가족 돌봄이나 자녀 양육 등을 폭넓게 실거주 예외로 인정하면 실제로는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하면서 실거주 세제 혜택까지 받으려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고가주택을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자신은 다른 곳에서 거주하면서 가족 돌봄 등을 이유로 실거주 예외를 주장한다면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논쟁의 핵심은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별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투자 목적으로 자기 집에 살지 않는 사람과 가족 돌봄·직장·교육·질병 등 불가피한 생활상의 이유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사람을 세법이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다.


비거주 시 세 부담 늘어

비거주자의 세금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주장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시한 시뮬레이션 가운데 시가 약 20억 원 상당의 주택을 10년 보유한 60세 1주택자의 경우, 현행 종부세는 약 27만6천 원이지만 개편안 적용 시 계속 거주할 경우 약 10만8천 원, 비거주할 경우 약 152만 원으로 계산됐다. 종부세만 비교하면 비거주자는 현행보다 약 5.5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재산세를 포함한 전체 보유세를 비교하면 같은 사례에서 약 370만5천 원에서 495만 원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정부가 제시한 특정 사례에서 비거주자의 종부세가 약 5.5배로 증가할 수 있고, 전체 보유세도 상당 폭 증가할 수 있다.


정부안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SBS 보도 당시 종부세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지 닷새 만에 관련 의견이 2,500건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국민참여입법센터의 의견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거주 중심 종부세, 어떤 부작용 낳을까

실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종부세 혜택을 크게 차등화할 경우 세 부담뿐 아니라 임대시장과 가족 돌봄, 주거 이동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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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공급 감소 가능성 : 

세를 놓고 다른 곳에서 살던 1주택자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임차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집중될 경우 전월세 가격 상승과 세입자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족 돌봄과 주거 이동 위축 : 

자기 집을 떠나는 이유가 반드시 투자인 것은 아니다. 직장이나 질병, 부모 간병, 손주 양육 등 생활상의 필요로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비거주에 세금상 불이익이 커지면 가족을 돌보기 위한 정상적인 주거 이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

실거주 판정과 편법 문제 : 

거주 여부에 따라 세금 차이가 커지면 실제로 살지 않으면서 주소만 유지하는 등의 편법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과세당국이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려면 복잡한 판정 기준과 행정력이 필요해 조세분쟁과 행정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똘똘한 한 채’ 현상 심화 가능성 : 

실제 거주하는 한 채에 세제 혜택이 집중되면 장기간 거주하면서 자산가치도 유지할 수 있는 서울·수도권 핵심지역의 주택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시장 양극화가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

조세 형평성 논란 : 

같은 가격의 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이라도 자기 집에 사느냐, 가족이나 직장 등의 사정으로 다른 곳에서 사느냐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비거주 1주택자를 투자 목적 보유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공정한가를 둘러싼 조세 저항도 예상된다.

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 가능성 : 

집주인의 보유세가 늘어날 경우 그 부담의 일부가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인상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가 집주인만이 아니라 세입자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 제도를 추진하는 이유

이러한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데에는 실거주자를 보호하고 비거주 고가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다.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전세를 끼고 고가주택을 보유하는 경우까지 실거주자와 동일한 혜택을 주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또한 정부는 세제 혜택을 실제 자기 집에 거주하는 1주택자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여,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목표는 주택 소유와 거주의 일치다. 자신이 소유한 집에 직접 거주하도록 유도하면 주택을 단순한 투자자산보다 실제 생활공간으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투기 수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고가주택 보유자 사이의 조세 형평성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고가주택까지 실거주 1주택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공제하는 것은 과도한 혜택일 수 있으며,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더 높은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종부세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정책 취지 살리려면 현실적인 보완 필요

정부가 실거주 중심 과세라는 정책 취지를 유지하려면, 먼저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넓힐 필요가 있다. 직장·질병·학업뿐 아니라 손주 양육이나 노부모 간병 등 가족 돌봄도 현대 사회의 일반적인 주거 이동 사유인 만큼 구체적인 예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납세자에게 모든 입증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다양하고 현실적인 증빙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자녀의 재직 여부, 손주의 등하원 기록, 교통·소비 내역 등 실제 생활권이 이동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투기 목적의 비거주와 불가피한 생활상의 비거주를 구별하는 기준이 정교해야 한다. 장기간 한 채를 보유·거주해 온 은퇴자나 가족 돌봄 때문에 일시적으로 집을 비운 사람까지 투자 목적의 비거주자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정책의 형평성이 흔들릴 수 있다. 


아울러 제도 시행으로 전월세 시장이나 주거 이동에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지 면밀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유예기간이나 단계적 적용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원칙을 유지하되 현실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세밀한 보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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