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국제감축, 배출권만 가져오면 되는가

김용범
2026-09-14

일반적으로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을 바라보는 기준은 비교적 단순하다. 해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그 감축실적을 ITMO로 가져와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감축에 국가 재정과 기업의 투자가 들어간다면 한 가지 질문을 더 해야 한다. 감축실적을 얻은 뒤 한국과 사업국에 무엇이 남는가?

 

태양광과 풍력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국제감축사업이다. 기술이 성숙했고 대규모 감축도 가능하다. 하지만 산업적 관점에서는 다른 문제가 생긴다. 세계 태양광 제조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은 매우 높다. IEA는 2024년 기준 중국이 태양광 공급망 생산능력의 약 85%를 차지한다고 분석한다. 풍력에서도 2025년 세계 10대 터빈 공급업체 가운데 8곳이 중국 기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국제감축 재원을 이용해 몽골이나 중앙아시아에 해외에 태양광·풍력발전소를 건설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은 ITMO를 확보할 수 있지만,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중국산 태양광 모듈, 풍력터빈, 배터리와 전력설비가 대규모로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국제감축 비용을 지불하면서 중국의 청정에너지 설비시장 확대를 도와주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중국 기술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제감축정책을 한국의 산업정책과 함께 본다면 어디에서 부가가치가 발생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국제감축사업의 선택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 단순히 “어디에서 CO₂를 가장 싸게 줄일 수 있는가”만 물을 것이 아니라 “어떤 사업이 한국의 기술과 산업을 성장시키면서 사업국에도 장기적인 발전기반을 남기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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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감축사업을 구성성과 규범성의 관점에서 보면 그 목적이 더 분명해진다. 구성성의 측면에서 국제감축사업은 한국과 사업국, 기업, 자본, 기술, 감축설비, MRV 체계, ITMO 등의 여러 요소가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사업이다. 한국이 자금과 기술을 제공하고 사업국이 사업장과 자원, 제도적 승인을 제공하며, 그 결과 발생한 감축실적의 일부가 한국으로 이전된다. 이것이 국제감축사업을 이루는 구성적 구조다.

 

그러나 여러 주체가 참여한다고 해서 좋은 협력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협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요소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작용해야 한다. 이것이 규범성의 문제다. 국제감축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적 목적은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온실가스를 실제로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협력에 참여하는 두 나라의 행동은 이 목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 협력이 장기간 유지되고 더 큰 성과를 내려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있어야 한다. 한쪽은 감축실적을 얻고 다른 쪽은 잠시 사업비를 받는 정도에 그친다면 협력관계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협력이 진화해 온 과정에서도 반복되는 상호작용에서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관계가 그렇지 않은 관계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일방의 이익을 위한 관계보다 서로의 생존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관계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제감축실적 자체의 유인에는 한계가 있다. 제6.4조의 일반적인 감축사업은 갱신을 포함하더라도 감축실적을 발급받는 기간이 최대 15년이다. 일부 기업은 규제 대응이나 NDC 이행 때문에 이 기간의 감축실적만으로도 충분한 유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산업과 기술, 지역경제의 전환은 15년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배출권만을 협력의 중심에 놓으면 배출권 발급이 끝나는 순간 협력의 유인도 크게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국제감축 협력이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규범적 측면이 강화되어야 한다. 감축실적을 얻는 것을 넘어 협력 자체가 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에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시장이 남고, 사업국에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환경개선, 기술과 운영역량이 남아야 한다. 그래야 감축실적 발급이 종료된 이후에도 협력을 유지할 이유가 생긴다.

 

이런 것이 공고해 지면 온실가스 감축실적은 일정 기간 후 종료되더라도 양국이 만들어낸 산업과 기술의 관계는 계속될 수 있다. 이것을 구성성과 규범성으로 다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과 다른 나라가 함께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구성성이고, 두 나라가 서로의 발전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규범성이다. 좋은 국제감축사업은 두 나라가 단순히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그 연결이 서로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도록 작동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국제감축은 한국이 해외에서 감축실적을 확보하는 사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잘 설계된 국제감축은 한국에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사업국에는 새로운 발전의 기반을 제공하는 협력사업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국제감축은 해외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다. 국제탄소금융을 활용하여 한국의 환경기술과 설비를 해외에 실증하고, 이를 통해 현지에서 운전실적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폐기물 처리, 바이오차, 바이오가스, 악취와 폐수처리, 자동계측, MRV와 같은 기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한다면 한국 기업은 단순한 설비 판매를 넘어 설계, 운영, 유지관리, 교육과 탄소관리 서비스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한 국가에서 성공한 모델은 주변 국가로 확산될 수도 있다.

 

반대로 사업국의 입장에서도 국제감축은 단순히 감축실적을 외국에 넘겨주는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외부의 자금과 기술을 이용하여 자국만의 재원으로는 늦어질 수 있는 환경시설과 산업기반을 앞당겨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지 기업이 참여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기술을 배운 인력이 남고 새로운 산업이 성장한다면 국제감축은 경제와 환경을 함께 개선하는 발전수단이 된다.

 

도축 부산물 자원화 사업을 예로 들면 이러한 구조가 잘 드러난다. 한국은 도축 부산물 처리와 바이오차 생산기술을 몽골에서 실증하고 이를 중앙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다. 몽골에는 폐기물 처리시설과 바이오차 생산기반이 생기고, 수거·운송·처리·설비운전·환경관리 과정에서 지속적인 일자리가 발생한다. 악취와 폐수 문제가 줄어들고 토양과 조림지의 개선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은 시장을 얻고 몽골은 산업과 기술, 일자리와 환경개선을 얻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제감축에서 감축실적은 협력의 최종 목적이라기보다 협력을 시작하게 하는 경제적 유인으로 볼 수 있다. 감축실적의 발급기간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 기간 동안 만들어진 산업과 시장은 그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국제탄소금융을 이용하여 초기 투자위험을 낮추고 새로운 산업이 자립할 수 있는 단계까지 키운다면 감축실적이 끝난 뒤에도 양국이 협력할 이유가 남는다.

 

협력은 한쪽의 이익만 커지는 관계보다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관계에서 오래 유지된다. 한국이 감축실적만 가져가고 사업국에는 일시적인 투자만 남는다면 협력의 유인은 감축기간이 끝나면서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은 새로운 해외시장을 얻고 사업국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기술역량을 얻는다면 감축실적이 없어진 뒤에도 두 나라가 관계를 유지하고 확대할 이유가 생긴다.

 

따라서 국제감축의 성과는 단순히 몇 tCO₂를 감축하여 한국으로 이전했는가로만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어떤 한국 기술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했는지, 사업국에서 몇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는지, 어떤 지역산업이 생겼는지, 어떤 기술과 운영능력이 현지에 남았는지까지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국제감축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협력에서 출발하지만, 더 발전된 형태는 양국의 발전조건을 함께 만드는 협력이어야 한다. 한국에는 시장을 확대할 기회를 주고 사업국에는 산업과 기술을 발전시킬 기회를 주는 것이다. 국제탄소금융은 그 전환을 시작하게 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제감축사업을 선택한다면 질문도 달라진다. “어디에서 가장 싼 감축실적을 가져올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감축사업이 한국과 사업국을 함께 성장시키고, 감축실적 발급이 끝난 뒤에도 그 성과를 남길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이것이 단순한 배출권 확보를 넘어 지속가능한 국제협력으로 국제감축을 발전시키는 방향이다.

 

국제감축의 목적을 배출권 확보에만 두면 협력은 거래가 된다. 한국은 감축실적을 얻고 사업국은 투자나 수익을 얻은 뒤, 감축실적 발급기간이 끝나면 관계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약해질 수 있다. 반면 한국에는 새로운 기술시장과 사업기회가 생기고, 사업국에는 산업·일자리·환경개선·기술역량이 남는다면 관계는 감축사업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국제감축의 규범적 방향이어야 한다. 두 나라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구성성이지만, 그 관계가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유지되는 것은 규범성이다. 협력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단기적인 교환보다 장기적인 상호이익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국제감축사업을 평가할 때도 “이 사업이 끝난 뒤에도 두 나라가 계속 협력할 이유가 남는가”를 물어야 한다. 즉, 온실가스 국제감축의 진화는 결국 배출권을 거래하는 협력에서 서로의 발전조건을 만들어주는 협력으로 이동하는 것이어야 한다. 탄소감축은 그 협력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일 수 있지만, 진정한 성과는 배출권 발급이 끝난 뒤에도 양국에 남아 있는 산업과 기술, 일자리와 관계에서 확인될 것이다.

 

결국 국제감축은 철학의 문제다. 국제감축사업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는 겉으로 보면 기술과 경제성의 문제처럼 보인다. 어떤 기술이 더 많은 온실가스를 줄이는가, 감축비용은 얼마인가, 몇 톤의 ITMO를 확보할 수 있는가를 계산한다. 그러나 그보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면 결국 어떤 목적을 위해 국제감축을 하는가라는 철학의 문제에 도달한다.

 

배출권을 가장 싸게 많이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으면 기술과 사업도 그 목적에 따라 선택된다. 가장 저렴한 감축수단을 찾고, 가능한 많은 감축실적을 한국으로 이전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해외 설비시장이 어느 나라 기업에 돌아가는지, 사업국에 어떤 산업이 남는지, 지역주민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국제감축의 목적을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서로의 발전조건을 함께 만드는 것으로 본다면 사업선정 기준이 달라진다. 같은 감축량이라도 한국의 기술과 산업을 성장시키고, 사업국에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환경개선과 기술역량을 남기는 사업을 선택하게 된다. 감축실적은 목적이 아니라 이러한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여기에서 구성성과 규범성의 차이도 분명해진다. 한국과 사업국, 기업과 주민, 자본과 기술, 설비와 감축실적이 하나의 사업 안에 참여하는 것은 구성성이다. 그러나 이 요소들이 어떤 방향으로 관계를 맺고 무엇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지는 규범성의 문제다. 단순히 양국이 참여했다고 협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의 결과가 양국 모두에게 장기적인 이익을 만들어야 좋은 협력이 된다.

 

따라서 국제감축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참여했는가보다 그 관계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가이다. 한쪽이 감축실적을 얻고 다른 쪽이 단기적인 대가만 받는 관계보다, 양쪽이 새로운 산업과 능력을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 협력도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국제감축실적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끝난다. 그러나 국제감축을 통해 만들어진 기술, 산업, 사람, 시장과 신뢰는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책의 목표도 감축실적의 최대화가 아니라 감축실적이 끝난 뒤에도 계속 작동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국제감축사업을 선택하는 문제는 “풍력이냐 바이오차냐”라는 기술 선택 이전에 “우리는 국제협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철학적 선택이다. 국제감축을 값싼 배출권을 얻는 거래로 볼 것인지, 아니면 기후변화 대응을 계기로 서로의 발전을 돕고 장기간 함께할 관계를 만드는 과정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사업의 모습은 전혀 달라진다.

 

국제감축은 결국 어떤 기술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전에, 어떤 관계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이며, 더 깊게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협력할 것인가의 문제다. 즉, “국제감축은 배출권을 얻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오래 함께할 친구를 만드는 사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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