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과 맞닿은 가난한 나라, 타지키스탄을 관통하는 마약의 길

알렉세이 정
2026-09-01

구소련 소속 자치공화국들 가운데 최빈국이었던 타지키스탄은 독립 직후인 1992년부터 1997년까지 내전을 겪으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산업시설 및 문화시설이 상당부분 파괴되었다. 그러나 라흐몬 대통령 체제하에서 내전의 후유증을 치유하면서 정치적 안정을 이룩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가니스탄과의 긴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유입되는 마약과 불법무기의 유통로로 이용되고 있어 인근 국가들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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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 내 메마른 협곡(Wadi) 사이로 난 비포장도로, 출처 : 필자의 직접 촬영


대다수의 타지키스탄의 국민들은 오랜 내전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과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인해 더 이상의 혼란은 원하지 않고 있으나 현 정부의 무능력과 부패, 치솟는 소비자 물가 및 경제침체 등으로 국민의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며 실업율이 높고 빈부격차가 심한 것이 사회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마약을 재배하여 중국 등에 수출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르키스탄, 지금의 키르기스스탄 영내에 살고 있던 위구르인과 둔간인들이 중국과 거래한다고 이곳 파미르 계곡에 양귀비 꽃을 재배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19세기 말에 이곳에서 유통되던 아편과 해시시의 양은 100톤에 달했다. 중앙아시아의 마약 밀거래가 줄어든 것은 소비에트 정권이 들어서며 당국이 철저히 단속한 덕택이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를 비롯한 CIS 국가들이 극심한 정치적, 경제적 혼란에 빠져들면서 다시 불법 마약 재배가 시작되었다. 다만 중앙아시아의 마약 재배량 자체는 아프가니스탄에 비하면 적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재배된 마약이 중앙아시아를 통해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지키스탄은 그 중에서도 핵심 마약 수송 루트로 급부상했는데, 타지키스탄 UNDP 대표 커헤인(Matthew Kahane)의 추산에 따르면 타지키스탄 국내총생산의 30%가 마약 거래로 창출되었다고 한다. 타지키스탄을 일주하는 도중, 일부 포장된 도로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 마저도 5km를 못 갔다. 아까 언급한 것처럼 아프가니스탄 마약의 주된 유통로로 이용되고 있어 경찰이 지방도로 곳곳 및 시내에서 불시 검문 검색을 하고 있으며 차량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없을 경우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국제운전면허증이 있더라도 별도의 허가증을 따라 받아야만 운전을 할 수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 지역은 아직 불안 요소가 많이 남아 있으며 마약상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여행시 여권 등을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우리도 참고로 이곳을 지나면서 두 번의 검문을 받았다. 타지키스탄의 마약 문제가 심각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세계 최대 마약 생산국인 아프가니스탄과의 지리적 접근성이 있고 이곳 파미르 계곡도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양귀비 꽃 등의 대량의 마약을 유통할 수 있는 물질들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 아프가니스탄과의 문화, 민족적 친밀성을 지적할 수 있다. 


타지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1,206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양국 국경 주변, 특히 퍈지(Pyanji) 강 주위로 많은 타지크인들과 아프간인들이 거주하므로 문화적 동질성이 강하고 이들을 통해 상당수의 마약이 유통된다.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 가장 가난한 국가이고, 소련 붕괴 직후부터 5년 간 계속된 내전과 러시아로부터 지원 중단으로 경제가 황폐화되면서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게 된 타지키스탄 주민들을 마약 산업이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소련 시절에도 타지키스탄은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혀왔던지라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근근이 먹고 살던 국가였다. 1,000km가 넘는 국경을 제대로 통제할 만한 행정력 부족하다. 그나마 2005년 이전까지는 러시아군이 타지키스탄 국경 통제를 담당했는데 문제는 타지크군의 국경 통제 능력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도 타지키스탄 영내에는 대규모 러시아군 부대가 주둔 중이긴 하다. 국경 통제를 담당하는 군대가 바뀐 이후 마약 몰수량이 절반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물론 마약 밀매량이 줄어든 게 아니라 단속 실적이 떨어진 것이다. 간혹 보면 러시아군 수송기가 마약밀매에 사용되었다는 보고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타지키스탄은 오늘날에도 마약 수송 루트의 핵심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 와중에 결코 적지 않은 타지크 국민들이 마약 중독자로 전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은 나름대로 부패와 전쟁을 선언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노력하긴 하지만, 나라 사정이 워낙 열악해 이마저도 성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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